해외의 실연자단체와 교류하며 저작권법 개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늘 유사한 대답을 듣게 됩니다. 회원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널리 알려진 회원들이 동료들과 신인들을 위해 나서주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각국의 제도와 산업 환경은 서로 다르지만, 권리를 지키고 제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회원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한결같습니다.
정책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 이러한 답변을 들을 때마다 협회가 하는 일과 그 일을 가능하게 하는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법과 제도를 검토하고, 설득할 논리를 마련하고,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전하는 일은 모두 중요합니다. 그 노력이 실제 변화로 이어지려면 회원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는 힘이 절실하다는 점을 거듭 느낍니다.
협상에 힘을 싣는 회원의 참여
거대 사업자를 상대하는 협상에서 회원의 참여가 곧 협상력이다
협회는 회원의 권리를 모아 방송사, 제작사, 플랫폼 등과 이용 조건과 보상을 협의합니다. 개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일일이 관리하고 사업자와 협상하기 어려운 만큼, 함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곳입니다. 회원 여러분에게 지급되는 사용료도 이러한 협의와 협상을 통해 마련됩니다.
협회의 협상 상대방 대다수는 막대한 자본과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 기업입니다. 충분한 인력과 자원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려는 사업자들을 상대로, 실연자의 몫을 확보하는 것이 협회가 맡은 일입니다. 작품이 널리 이용되고 큰 성과를 거두더라도 그에 따른 보상이 실연자에게 돌아오도록 하려면 끈질긴 협상이 필요합니다. 계약만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는 법과 제도를 바꾸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협회의 요구가 얼마나 많은 회원의 뜻을 담고 있는지, 회원들이 그 요구를 위해 얼마나 함께 행동하는지는 중요한 힘이 됩니다. 회원들이 공청회에 참석하고, 공동의 입장을 밝히고, 자신의 경험을 사회에 알릴 때 협회의 요구도 더 큰 무게를 갖게 됩니다. 협상 상대에게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목소리가 되고, 입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는 제도를 바꿔야 할 구체적인 이유가 됩니다.
회원의 참여는 협회의 협상력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정책을 뒷받침할 근거와 논리를 갖추는 일에 더해, 그 요구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함께 나서는 회원들이 있어야 협회도 힘 있게 협상할 수 있습니다.
회원의 참여는 협회 협상력의 핵심입니다. 거대 자본을 가진 사업자를 상대로 실연자의 몫을 지키려면, 근거와 논리에 더해 회원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는 힘이 필요합니다.
동료와 신인을 위해 나서는 목소리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SAG-AFTRA의 교훈, 선배가 후배를 위해
지난해 미국배우조합(SAG-AFTRA)을 방문했을 때 들은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오늘날 미국 배우들의 활동 조건을 뒷받침하는 단체협약은 약 100년 전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선배 배우들이 힘을 모으면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지금 활동하는 배우들은 얼굴을 마주한 적도 없는 선배들의 노력에 기대어 일하고 있는 셈입니다. 오래전 누군가가 협상하고 지켜낸 조건이 세대를 건너 여전히 동료들의 삶을 받쳐주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이어받은 조건을 지키고 개선하는 일에는 오늘날의 배우들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2023년 협상 당시 톰 크루즈는 협상에 참여해 인공지능으로부터 실연자를 보호하고 스턴트 실연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요구에 힘을 보탰다고 합니다. 맷 데이먼은 언론 인터뷰에서 재사용료 덕분에 건강보험 가입에 필요한 소득 기준을 충족하는 배우들이 있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많은 동료에게 협상의 결과가 생활을 이어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신의 목소리로 전한 것입니다.
이미 큰 성취를 이룬 배우들이 동료들의 처우를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보태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입니다. 자신만을 생각한다면 목소리를 내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모습에서 주어진 '소명'을 다하려는 마음을 느꼈습니다. 선배들이 마련한 조건에서 활동해온 후배들은 다시 그 조건을 현실에 맞게 다듬어나가고, 그 성과는 앞으로 이 일을 시작할 다음 세대의 배우들에게도 이어질 것입니다.
해외단체들이 저명한 회원의 참여를 강조하는 이유도 이러한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인이나 다음 작품의 기회가 절실한 실연자에게는 계약 조건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조차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때 활동의 기반을 다진 선배가 함께 목소리를 내주면, 혼자서는 꺼내기 어려웠던 이야기도 조금 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대중에게 익숙한 얼굴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그 사정을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모습을 보며 우리 협회를 돌아보게 됩니다. 오늘날 회원들이 받는 보상에도 먼저 나서주신 분들의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노력 또한 언젠가 다음 세대의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보태주신 힘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협회에 힘을 보탠 세 분의 이야기
우리 협회의 활동에도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보태주신 회원들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참여해주신 세 분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협회가 출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故 이순재 선생님
제14대 국회에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고인께서는 당시 저작권법의 영상저작물 특례 아래에서 실연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문제에 주목했습니다.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며 법 개정을 추진했고, 관련 조항에 '특약이 없는 한'이라는 문구가 들어가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이 문구는 이후 협회가 설립되고 실연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활동을 시작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회원 여러분께서 수령하는 사용료가 모두 근본적으로는 이 문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청회 소식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한 K회원
2023년 12월, 저작권법 개정 공청회를 앞두고 협회가 참석을 안내했을 때의 일입니다. 안내를 받은 K회원은 자신이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의 제작진에게 공청회 현장을 소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 결과 현장의 모습과 논의가 영상으로 제작되어, 직접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었습니다. 평소 활동하던 위치에서 협회의 현안을 알릴 방법을 찾아주신 것입니다.
현장의 경험을 연구로 이어간 P회원
P회원은 공청회에 참석해 발제와 토론을 들으며 영상창작자의 보상 문제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관련 쟁점을 자세히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논의를 접하면서 자신과 동료들이 겪은 경험이 이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이를 박사학위논문의 주제로 삼아 자료를 모으고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회원 여러분께서 협회의 활동에 참여해주신 다양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 글에 모두 소개할 수는 없지만, 각자의 시간과 경험을 보태주신 분들의 참여가 협회의 활동에 큰 힘이 되어왔습니다. 협회가 이루어온 성과에는 그 한 분 한 분의 몫이 담겨 있습니다. 그동안 함께해주신 회원 여러분께 이 글을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나서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정당한 보상법' 통과와 OTT 보상의 길을 함께 열자
작품 활동과 생업을 이어가면서 협회 일에 시간을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공개적인 발언이 부담스러운 회원도 계실 것입니다. 각자의 여건이 다른 만큼 참여하는 방식도 다양할 수 있습니다. 총회에서 협회가 추진할 일에 의견을 보태고, 공청회나 토론회에 참석해 자리를 함께하고, 동료에게 현안을 알리거나 공동의 요구에 뜻을 모아주시는 일 모두 필요합니다. 자신의 활동이나 발언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문제를 전할 수 있는 회원께서는 그 힘도 보태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받는 저작인접권 사용료에는 앞서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회원들의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앞으로 풀어야 할 OTT 이용에 따른 보상과 저작권법 개정 역시 그러한 참여를 필요로 합니다. 오랫동안 굳어진 관행을 바꾸고 커다란 자본을 가진 사업자와 협상하는 일은 실무적인 노력만으로 이루기 어렵습니다. 회원들이 같은 요구를 품고 함께 나설 때 협회가 발휘할 수 있는 힘도 커집니다.
지금은 무엇보다 국회에 발의된 '정당한 보상법'(임오경 의원 대표발의 저작권법 개정안)의 통과가 중요하고 시급합니다. 우리 협회는 그간 방송사와의 협약을 통해 사용료를 징수해왔습니다. 그러나 영상물의 주요 유통경로가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이들 플랫폼과도 이용에 따른 보상을 정하는 협약이 필요해졌습니다. 문제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플랫폼이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지난 수년간 협회의 협상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글로벌 OTT 플랫폼에게 보상을 요구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은 절실합니다. 온라인에서 영상물의 이용은 늘어나는데 그에 따른 보상을 받을 길이 열리지 않는다면, 온라인을 주 무대로 활동할 다음 세대는 지금보다도 더욱 열악한 처지에 놓일 수 있습니다. 지금껏 협회가 방송사와 어렵게 협상하여 마련해온 저작인접권 사용료를, 달라진 환경에서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법안의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회원 여러분께서 지지의 뜻을 밝히고, 대중에 그 필요성을 알리는 일이 꼭 필요합니다. 지금 활동하는 동료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고, 새롭게 이 길에 들어서는 실연자들도 그 성과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함께 나서주십시오. 회원 한 분 한 분의 참여가 협상의 힘이 되고, 다음 세대의 권리를 지키는 바탕이 됩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정당한 보상법'의 통과입니다. 글로벌 OTT에 보상을 요구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 온라인으로 옮겨간 영상 이용에도 저작인접권 사용료가 이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조병한 Cho Byeong-han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정책기획팀장
